IT 제품 개발 과정에서 디자이너와 개발자의 협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UX/UI 디자인이 아무리 훌륭해도, 그것이 실제 서비스나 웹사이트, 앱에서 구현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고, 반대로 개발이 아무리 잘 이루어져도 사용자 중심의 설계가 빠져 있다면 사용자는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이 두 역할 간에 필연적으로 관점과 사고방식의 차이가 존재하고, 이로 인해 크고 작은 오해가 자주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두 사람이 공동작업을 해야 할 때, 예상치 못한 충돌과 갈등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협업이란, 이런 차이를 이해하고 조율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죠. 이 글에서는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함께 일하면서 겪는 대표적인 오해와 그 원인을 짚어보고, 보다 원활한 협업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
1. “이거 위치만 조금 바꾸면 되는 거 아니에요?” – 디자인 수정의 가벼움과 개발의 무게감
디자이너가 수정 요청을 할 때, 종종 ‘간단한 수정’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버튼의 위치를 살짝 옮기거나, 마진 값을 조절하거나, 이미지의 스타일을 바꾸는 등 디자인 상으로는 금방 고칠 수 있는 일처럼 보이죠. 하지만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그 ‘간단한 수정’이 실제 코드에서는 전혀 간단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레이아웃 구조를 바꿔야 하거나, 전체 반응형 구조에 영향을 줄 수도 있고, 심지어는 상태 관리나 외부 라이브러리까지 수정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갭은 결국 “디자이너는 개발 난이도를 몰라준다”는 불만으로 이어지고, 반대로 디자이너는 “개발자는 왜 이렇게 융통성이 없을까?”라고 느끼게 됩니다.
해결 방법은 무엇일까요?
디자이너는 개발 흐름과 로직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꼭 개발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CSS나 레이아웃 구조, 반응형 디자인의 기본 개념 정도는 익혀두면 협업 시 상대방의 입장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개발자 또한 수정이 어려운 부분이라면 단순히 “안 됩니다”라고 잘라 말하기보다는, 왜 어려운지, 어떤 부분에서 시간이 더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2. “그건 제 디자인 의도가 아니었어요” – 구현 결과물과 디자인의 차이
디자인 도구(Figma, XD, Sketch 등)에서 완성된 디자인은 말 그대로 ‘설계도’에 불과합니다. 구현이 이뤄지면, 그것은 개발자의 해석과 기술적 제약이 반영된 최종 형태가 됩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디자이너의 의도와 실제 구현 결과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간격이 디자인에서는 8px인데 개발 결과물에서는 10px이 되어 있거나, 버튼 그림자가 빠져 있거나, 특정 애니메이션이 생략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개발자는 “작은 차이라 괜찮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디자이너는 “내가 의도한 비주얼이 아니야”라는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이런 충돌을 줄이려면?
디자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백, 색상, 폰트, 그림자 효과, 버튼 스타일 등 반복되는 요소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을 세워두고 공유해야 합니다. 또한 디자이너는 개발자가 참조할 수 있도록 주석이나 설명을 디자인 파일 내에 포함시키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로 개발자는 구현 전에 디자인 시안을 꼼꼼히 확인하고, 의심이 드는 부분은 반드시 디자이너와 상의해야 합니다.
3. “디자인이 계속 바뀌잖아요” – 반복되는 피드백에 지친 개발자
제품 개발 중간중간 디자이너가 자주 디자인을 변경하거나, 피드백을 반영해 재수정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개발자는 “디자인 확정됐다고 해놓고 왜 또 바꾸는 거지?”라는 불만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때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갈등은 개발자의 일정과 품질 문제입니다. 디자인 변경이 반복되면 일정이 지연되고, 이미 작성한 코드를 수정하면서 불안정해지는 요소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해결을 위한 방법은?
디자인 확정 전 단계에서 개발자와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갖고, '픽스' 시점 이후의 변경은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약 수정이 불가피하다면, 변경 사항의 이유와 중요도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개발자에게 조율 가능한 범위를 논의해야 합니다. 가능한 경우 수정의 우선순위를 매겨서 중요한 것부터 처리하도록 합의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4. “개발자는 창의성이 없어” vs “디자이너는 현실을 몰라”
이 오해는 가장 흔하면서도 뿌리 깊은 편견 중 하나입니다. 디자이너는 새로운 시도, 창의적인 UI/UX를 통해 사용자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개발자는 기술적 제약과 안정성, 유지보수성을 고려해야 하므로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개발자는 디자이너의 요구가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건 구현이 안 됩니다” 혹은 “그렇게 하면 반응형이 안 맞아요” 같은 말이 나오는 배경에는 바로 이런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이 있습니다.
해결하려면?
서로의 업무 영역을 존중하는 자세가 먼저 필요합니다. 디자이너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기술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개발자는 단순히 ‘구현 가능/불가능’만 따지기보다 대안을 제시하거나 의도를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조정해 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때로는 현실과 타협하되, 그 과정에서 서로가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진정한 협업입니다.
5. “우린 왜 같은 팀인데도 거리감이 느껴질까?” – 역할의 경계 짓기
협업 과정에서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각자의 영역에만 집중하고, 서로를 단순히 ‘일을 시키는 사람’ 혹은 ‘일을 받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순간, 진정한 팀워크는 사라지게 됩니다. 이런 인식은 자연스럽게 소통 부족, 책임 회피, 결과물 품질 저하로 이어집니다.
이 문제를 극복하려면?
초기 기획 단계부터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함께 참여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일정, 기능, 디자인의 방향성을 함께 논의하면서 각자의 관점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하며, 디자인이 끝나고 넘겨주는 ‘일방적인 전달’ 방식이 아닌, 끝까지 함께 개선해 나가는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무리: 협업은 이해와 존중에서 출발한다
디자이너와 개발자는 결국 같은 목표를 향해 가는 동료입니다. 제품을 더 좋게 만들고, 사용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서로 다른 영역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해와 충돌은 피할 수 없지만, 그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노력이 더해진다면, 오히려 더 창의적이고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협업의 핵심은 ‘내가 옳다’는 주장보다 ‘서로 다름을 이해하는 자세’입니다. 오늘도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함께 고군분투하고 있는 디자이너와 개발자 모두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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