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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사고 & 협업

협업 디자인에서 생긴 저작권 이슈 경험담: 몰랐다고 피해갈 수는 없다

by renzo0427 2025.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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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을 하다 보면 협업은 일상이 됩니다. 혼자서 모든 걸 책임지는 작업은 오히려 드물고,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디자이너, 기획자, 마케터, 개발자가 함께 결과물을 만들어갑니다. 그만큼 의사소통역할 분담이 중요하죠.

 

하지만 아무리 팀워크가 잘 맞아도, 법적인 문제까지 완벽하게 커버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저는 과거에 디자인 협업 프로젝트에서 저작권 문제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설마 이 정도로 문제가 될까?” 싶었지만, 실제로는 팀 전체가 흔들릴 만큼 큰 이슈로 번졌고, 지금까지도 그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때의 경험을 되짚어 보며, 협업 디자인에서 생길 수 있는 저작권 문제의 위험성과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 시작은 사소한 아이콘 하나였다

대학생 시절, 저는 한 스타트업과 함께 SNS 콘텐츠 제작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팀은 기획자, 콘텐츠 에디터, 디자이너 2명으로 구성됐고, 저는 디자이너 B와 함께 디자인 전반을 맡았죠.

 

브랜드의 방향성은 ‘자연주의 감성 + 젊은 타깃층’이었고, 우리는 매주 카드뉴스와 짧은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서 인스타그램, 블로그에 업로드했습니다.

 

속도감이 중요한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이미지와 아이콘은 주로 무료 리소스 사이트에서 다운로드해 사용했고, 디자인 작업은 대부분 Figma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우리 둘은 작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리소스를 서로 공유하며 동시에 작업했죠.

 

그러던 어느 날, 브랜드 측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최근 업로드된 카드뉴스에 사용된 아이콘 하나가 저작권 위반 소지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협업 디자인 저작권 이슈


2. 저작권 클레임은 어떻게 찾아왔는가?

브랜드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간 카드뉴스 중 하나가 디자인 커뮤니티에서 바이럴 되며 널리 퍼지게 되었고, 그중 사용된 아이콘 세트가 한 디자이너의 유료 상품과 유사하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오해일 수 있겠거니 싶었습니다. 하지만 클라이언트가 보내온 자료를 확인해 보니, 우리가 사용한 아이콘은 ‘무료 아이콘’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유료 패키지에서 추출된 파일이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여기 있었습니다:

  • 그 아이콘은 A 디자이너가 ‘무료 아이콘 모음.zip’이라는 이름으로 웹에서 다운로드해 사용한 것이었음
  • 하지만 해당 파일은 원 출처 없이 유포된, 불법 공유 파일에 가까운 형태였음
  • 우리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프로젝트에 그대로 사용했음

결국, 그 아이콘의 원작자인 디자이너가 직접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았지만, 브랜드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클라이언트는 모든 콘텐츠를 삭제했고, 내부적으로 우리 디자인팀에 대해 신뢰에 금이 간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3. 협업 상황에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이 지점에서 팀 내부적으로도 혼란이 발생했습니다.

“그 아이콘은 내가 작업한 파트에 없었어.”
“나는 A가 준 리소스를 썼을 뿐인데?”
“출처 확인은 본인이 직접 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분명히 저작권 위반을 의도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다만, 빠르게 작업하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출처와 라이선스 확인이 누락되었고, 그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 것이죠.

결국, 우리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저작권 문제는 협업에서 모두의 책임이다
  • 자료를 최초로 다운로드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걸 공유받고 함께 작업한 모두가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
  • 저작권 확인은 각자가 아니라, 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할 일이다

한 장의 아이콘이 전체 브랜드 콘텐츠의 신뢰도를 흔들 수 있다는 걸, 우리는 그제야 절감했습니다.


4. 그 이후, 협업 방식을 바꿨다

사건 이후, 우리 팀은 재정비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1) 리소스 사용 규칙 수립

  • 모든 이미지, 아이콘, 폰트는 공식 출처가 명확한 사이트(Unsplash, Flaticon, Noun Project 등)에서만 다운로드
  • 상업적 이용 여부, 변형 허용 여부를 반드시 체크
  • 공유되는 파일에는 출처와 라이선스 유형을 메모 또는 파일명에 명시

2) ‘리소스 출처 기록 문서’ 운영

  • 각 콘텐츠마다 사용한 외부 리소스의 목록을 기록한 Google Sheet 운영
  • 이미지, 아이콘, 폰트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관리
  • 파일 전달 시 클라이언트에게도 함께 제출해 투명성 확보

3) 최종 검수 프로세스 추가

  • 디자인 작업 후, 제출 전 ‘출처 확인 체크리스트’를 기반으로 검수
  • 상업적 용도 사용 가능 여부를 다시 한 번 확인
  • 출처가 불확실한 자료는 사용 금지 또는 교체

작은 변화였지만, 이후 유사한 사고를 방지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습니다. 특히 새로 합류하는 팀원에게는 간단한 ‘저작권 가이드라인’ 문서를 공유하여, 처음부터 같은 기준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했죠.

 

디자인 협업 경험담


5. 정리하며: 협업은 신뢰를 기반으로, 신뢰는 책임에서 나온다

디자인은 창작이지만, 창작은 절대 ‘무에서 유를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아이콘 하나, 텍스처 하나, 사진 한 장에도 수많은 디자이너의 손길과 권리가 존재합니다. 우리는 그 위에서 또 다른 창작을 이어가는 것이지요.

 

협업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뢰입니다.
하지만 그 신뢰는 단순한 인간적 친밀함이 아니라, 각자 자기 책임을 정확히 인식하고 실천할 때 비로소 만들어집니다.

 

“나는 모르고 썼어요.”
“저 친구가 준 거라 그냥 믿었어요.”

이런 말은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게 해주지 않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디자이너이든, 마케터든, 기획자든 상관없습니다. 협업에 참여하고 있다면, 리소스를 사용할 때 ‘이건 출처가 확실한가?’, ‘상업적 이용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꼭 스스로에게 던져보세요.

그 한 번의 확인이, 당신의 프로젝트와 팀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예방책이 될 수 있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비슷한 경험을 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또는 협업 중 리소스 관리를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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